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박사, 석사, 학사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올해는 서울대학교가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지난 80년간 우리나라의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위해 헌신한 자랑스러운 선배들의 뒤를 이어 사회에 진출하는 졸업생 여러분께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학사ㆍ석사ㆍ박사 졸업생 여러분, 그동안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그 긴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한 여러 교수님과 교직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입학식 날 한마음으로 모였던 여러분은 이제 각자의 길을 찾아 정든 모교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껏 우리가 겪어 온 세상과는 크게 다를 것입니다. 굳이 인공지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대전환의 시대를 넘어 대격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직선의 적당한 기울기로 우리가 향하는 미래를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예측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생명과 기계가 섞이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끝없이 요청되는 이 대전환의 시대에, 과연 어떠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대학은 곧 우리의 미래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최초의 질문을 제기하고, 무궁한 가능성을 열어가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올해 3월에 개최된 은 ‘질문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서울대학교가 스스로 마련한 첫 관문입니다. 이 공모전에 우리 구성원들은 2,000개가 넘는 아이디어로 응답했습니다. 우리는 통념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탐색할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을 공유하고 지혜를 축적함으로써, 우리의 질문과 발견을 사회 전체로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새로운 질문은 연결에서 나옵니다. 그것은 지식의 연결일 수도 있고, 사람의 연결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서로 다른 지식과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질서와 관계를 찾게 됩니다. 좋은 질문은 하나의 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이 서울대학교에서 얻은 것은 완성된 지식의 패키지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자각과, 그 빈자리를 나만의 방식으로 채워가면서 성장하는 방법을 여러분 모두가 얻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캠퍼스라는 거대한 현장에서 배우고 싶고 따르고 싶은 뛰어난 교수님들과 동료, 선후배를 만났을 것입니다. 바로 그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배움과 경험들이 지금의 고유한 ‘나’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공간도 사람의 생각을 바꿉니다.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먼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서로 마주치고, 함께 머무르며, 소통해야 합니다. 중앙도서관, 잔디광장, 학생회관, 두레문예관에 조성된, 그리고 문화관과 행정관, 아크로폴리스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스누 커먼스(SNU Commons)는 사람을 연결하고 지평을 융합하며, 자아를 확장해가는 배움과 경험의 장입니다. 바로 옆에 앉은 사람과도 SNS로 대화하는 일이 일상화된 지금, 우리의 커먼스(Commons)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열린 대화는 우리의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과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여러분은 이제 정든 스누 커먼스를 떠나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커먼스에서 부단히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작년 입학식에서 저는 스튜어트 카우프만(Stuart Kauffman)의 ‘인접 가능성’ 개념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에게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 서 있는 자리와 주어진 조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한꺼번에 시도하거나 최적의 경로를 미리 계산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질문하고 배우고 만나고 연결할 때마다 인접한 가능성의 문이 하나씩 열릴 뿐입니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에서 또 다른 가능성의 문들이 새롭게 나타납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하나의 척도에 나를 맞추기보다, 호기심과 용기로 다음 문을 스스로 열어보기를 바랍니다. 이미 있는 답에 빨리 도달하기보다 나만의 질문을 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기를 바랍니다. 무한한 상상과 담대한 도전을 통해 여러분이 이웃과 세계에 기여하는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 졸업생 여러분을 위해 축사를 전해주실 분은 서울대학교 역사학부의 주경철 명예교수님입니다. 주경철 교수님은 「대항해시대」라는 저서를 집필하시고, 바다를 매개로 서로 다른 문명권이 교류하며 근대 세계가 형성되어 온 과정을 탐구해 오신 역사학자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바라보던 육지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바다가 사람과 물자, 생각과 문명을 이어온 길이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여러분에게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할지 전해주실 주경철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하며, 여러분의 앞날에 보람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8월 28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