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2026학년도 입학식 식사

2026.02.26

2026년도 신입생 여러분!

개교 80주년을 맞는 서울대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의 열정과 노력의 결실로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학문공동체’인 서울대학교 구성원이 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귀한 자녀를 훌륭한 인재로 키워주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께도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함께 배우고 생활하게 될 서울대학교는 지난 80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라는 역사적 전환기마다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며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왔습니다. 서울대는 인류의 지적 유산을 창의적으로 계승하고 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우리 대학의 지적 전통을 잇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함께 짊어질 학문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입니다.

대학에서 학문적 여정을 시작하는 여러분은 우선 ‘홀로 서는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18세기 말 근대 학문과 대학 체계의 철학적 토대를 마련한 임마누엘 칸트는 전통적 권위와 관습의 지배 아래 자신의 지성을 스스로 사용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상태에서 깨어날 것을 주문했습니다. 두 세기가 넘게 지난 오늘날 우리가 의존하는 것은 권위와 관습을 넘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제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획기적으로 증폭되는 지식과 기술을 적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맹목적 수용에서 벗어나 비판적인 사유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과감히 알려고 하라! (Sapere aude!)”라는 칸트의 격언처럼, 자신의 지성을 용기 있게 발휘하는 주체적인 지성인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지적인 홀로서기는 ‘나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대학 생활은 자신만의 감각과 감수성,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과 의견을 개발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여러분이 직면한 선택의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외부에 결정을 위임하지 않을 때, 그리고 그러한 선택과 결정의 순간들이 축적될 때, 여러분은 비로소 나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나다움은 결코 혼자서 완성할 수 없습니다. 홀로 서는 법을 넘어 함께 서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할 때 우리라는 감각이 생겨나고, 그러한 연대 속에서 진정한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칸트의 격언에 더하여 “과감히 들으려 하라!”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갖는 한계를 기꺼이 인정하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며 그와 대화하는 용기를 가져 주십시오. 나만이 옳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공통의 감각과 감수성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 배경과 전문성이 만나고 부딪혀, 비로소 더 큰 이해와 지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그러한 연결과 융합, 확장의 과정을 북돋우는 학문공동체입니다.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지금 우리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 국내외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의 증대, 그리고 전지구적 기후 변화와 생태적 위기가 중첩된 복합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식 창출과 활용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대학의 종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학문공동체의 가치는 더욱 중시되어야 합니다. 대학의 이념이 ‘자유’인 이유는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하여 그 어느 때보다 더 대담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신속히 풀어내는 것만으로는 대전환의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가 직면한 갖가지 난제는 결코 혼자서, 그리고 하나의 전문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학문의 경계를 넘고 분야를 가로지르며, 상이한 지식과 전문성을 하나로 엮어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이러한 도전을 위해 ‘그랜드퀘스트(Grand Quest)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추격을 넘어 선도하는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서울대학교는 대담한 질문을 던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교육과 연구, 경계를 넘어서는 학제적 탐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근본적이며 파급력이 큰 문제 해결에 매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서울대학교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여러분은 과감히 도전하고, 실패를 공유하며, 축적의 시간을 거쳐 언제든지 다시 일어서십시오. 시행착오(trial and error)가 아닌 시행학습(trial and learning)의 경험이 여러분을 성장시킬 것입니다.

미래의 희망인 신입생 여러분,

세계에서 가장 종합적인 서울대학교의 캠퍼스를 누비며 ‘함께 배우는 법’을 터득해 가십시오. 질문하고, 토론하고, 공감하고, 설득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분은 한층 더 성장할 것입니다. 그렇게 홀로 서고, 또 함께 서며, 우리 사회와 인류를 지탱하는 리더로 성숙해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대학의 울타리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학문의 실천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성인이 되어 주십시오. 서울대학교는 여러분이 ‘경계를 넘어 세계로’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르기 위한 튼튼한 발판이 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서울대 구성원 모두는 여러분이 앞으로 펼쳐갈 ‘무한한 상상과 담대한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2월 26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