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제80회 전기 학위수여식 식사

2026.02.25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박사, 석사, 학사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배움의 시간을 거쳐 인생의 중요한 한 매듭을 짓는 날입니다. 서로 응원하고 축하하며 성취의 기쁨을 함께 누리시길 바랍니다. 우리 졸업생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헌신적인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부모님과 가족분들, 제자들을 참된 지성인으로 이끌어주신 교수님, 그리고 활기찬 캠퍼스를 만들어주신 직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서울대학교가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80년이라는 긴 세월에는 해방 직후의 혼돈 속에서도 ‘교육입국’의 기치를 세우고, 이후 역사의 우여곡절과 난관을 딛고 국가와 사회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어온 우리 선배들의 비전과 헌신이 담겨 있습니다. 최근 우리 대학은 개교 80주년을 기념하는 표어로 ‘무한한 상상, 담대한 도전, 새로운 미래’를 선정했습니다. 선배들이 시대의 과제를 앞서 고민하고 실천해 왔듯이, 우리의 상상과 도전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받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하여 힘차게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시작에는 설렘과 함께 불안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특히 여러분이 마주한 미래는 불확실성의 시대, 대전환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여러 번 직업을 바꾸게 되고, 또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갖게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또한 AI 시대라는 용어가 집약적으로 말해주듯이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회ㆍ경제적 불균형이 심화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와 함께 노동시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에게는 대학에서 쌓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학습하고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랜 시간 학업에 열중한 끝에 마침내 자신만의 꿈과 행복을 찾아 나서게 된 여러분에게, 또다시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요청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선에 선 여러분과 함께 긴 안목에서 인생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의 조건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행복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행복이란 인간 고유의 탁월성을 지향하는 영혼의 활동이며, 그 탁월성은 윤리적, 지적 배움의 과정을 통해 실현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는 많은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행복은 우리가 안착하고자 하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이라는 것입니다.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다고 하루아침에 봄이 오지 않듯, 사람도 하루아침에 행복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를 대표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가 지적 역량을 갖춘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지적 탁월함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지적 역량’뿐 아니라 ‘도덕적 역량’, 즉 올바른 습관과 행동을 통해 함양되는 품성이 더욱 의미 있는 행복의 조건입니다. 행복은 단순히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아는 바를 선하게 실천하는 삶에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용기, 절제, 관용, 정의와 같은 덕목은 우리가 배운 것을 올바르게 쓰게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워줍니다. 도덕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식은 방향을 잃기 쉽고, 실천 없는 지혜는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여러분에게는 도덕적 역량이 더욱 필요합니다. 리더십은 화려한 이력이나 고도의 전문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온 행운에 감사하고 다른 이들의 삶에 공감하며 공동선을 증대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태도를 통해 형성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사적인 성공 수단이 아닌 봉사와 배려를 위해 활용할 때 여러분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공감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며, 각자의 삶은 공동체라는 토대 위에서 비로소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가 누리는 교육, 안전, 문화, 기회의 대부분은 공동체가 축적해 온 자산 위에 서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오늘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 또한 우리 구성원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가 차원의 지원과 국민 모두의 염원이 서울대학교 발전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소중한 배움의 혜택도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공동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행복을 지탱하는 구조적 기반입니다. 공동체는 여러분의 가치관을 ‘공동선’으로 확장하는 장이며, 여러분의 재능이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여러분의 올바른 판단이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하고, 여러분이 개발한 기술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여러분의 책임 있는 태도가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도 공동체적 책임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타인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공공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며, 나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일에 기꺼이 동참할 때, 여러분의 행복은 훨씬 더 넓게 확장될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우리나라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님이 이 자리에 와주셨습니다. 대표님은 우리 대학 공과대학 재학 시절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하셨고, 네이버 입사 후에 새로운 배움을 찾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셨습니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사람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의 자신을 넘어 내일의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그 용기 있는 걸음에, 대표님의 경험과 조언이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영광스러운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언제나 배움을 실천하며 행복을 키워가는 여러분이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2월 25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